Yoo, D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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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일부, 김지현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공간의 생산』에서 수식이나 물리학, 지리적 기준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공간이론의 한계를 넘어 생산과 전유의 논리에서 공간을 다루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제시했다. 르페브르에 따르면 공간은 발견, 생산, 창조로 이어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상호 연결된다. 특히 그는 살아있는 몸이 공간을 생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의 주체이면서, 그 이전에 하나의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형성하는 살아 있는 몸의 역량, 이와 관련해 책에서 먼저 등장하는 것은 거미 이야기다. 분비샘과 발을 통해 투명한 거미줄을 치고, 터전을 만들고, 걸린 파리를 잡아먹고 때로 뜻밖에 걸린 사물에 집을 점유당하기도 하는 거미, 르페브르는 이와 인간집단도 다르지 않으며 공간은 우선 몸의 생산에서 시작되어 분비를 통한 주거지, 도구, 수단의 생산으로 연장된다고 말한다.[1]

유도원은 디지털 공간의 시각언어와 관습에 대해 탐구한다. 나아가 디지털 공간(미디어)에서의 시각적 경험이 물리적 세계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두 세계의 간극과 결속에 대해 보여준다. 특히 그는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시각체제의 서구편향성에 대해 질문하고, 여전히 근대적 인식과 행위를 지반으로 세계가 수렴하는 시스템을 가시화하는데 디지털 기술이 손쉽게 접속, 이동, 연산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아날로그적 수작업으로 매핑(Mapping)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사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다. 유도원은 견고하게 고정된 좌표에서 탈각된 실재로 돌아가기 위해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지도는 공간의 시각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의 구조와 관계를 정리하고 설명하는 도구로 경험적, 물리적 환경을 매핑하여 사용자가 위치와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작가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차이를 서술하며 “디지털 공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땅을 인지함과 동시에 지도가 구축된다. 물리적인 원본 대응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공간에서는 지도가 곧 영토가 된다.”라고 언급한다.[2] 유도원은 지구 전체를 재현한 인터페이스에 위성과 상공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구글(Google)의 지도서비스(구글 맵, 구글 어스), 어도비(Adobe)사의 주요 그래픽 프로그램들이 가진 각각의 고유 기능, 크롬(Chrome)이나 사파리(Safari)와 같이 대중적인 웹 브라우저의 타임라인 방향 등에서 디지털 공간을 형성하고 기능하게 하여 이용자로부터 주요 지도로 작동하는 도구(Tool)가 유한한 전체로 결속되는 공간적 역학을 포착한다.

유도원은 이미 모든 것이 목록·맥락화되어 완결의 상태로 보이는 공간을 유연한 몸으로 탐험하면서 질서 있게 짜여진 움직임 사이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수집하고 이미지가 최초에 저장된 장소와 시간, 이후 가공되고 재생되어 나타나기까지 디지털상의 경험적 거리를 물리적으로 따라간다. 《쌓아 보기》(24.8.16.-8.24, 소원 갤러리)와 이번 전시 《포지티브 섬(Positive-sum)》에서 이어지는 <몸짓 지도(Gesture Map)>는 기존 영상 작업 <몸짓들(Gestures)>(2024)을 0.3초, 0.5초 혹은 1초라는 짧은 간격으로 끊은 프레임들을 연결한 영상의 대안적 재현이다. <몸짓들>은 유도원이 여러 매체에서 찾은 미국의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들의 이착륙 장면을 담은 파운드 푸티지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영상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보다 더 큰 상상력과 신화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미디어 이미지를 다시 촬영자의 몸이 닿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 상황으로 되돌리고자 애쓴다. 그 시도는 <몸짓들>에서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의 손 떨림 등 화면의 움직임을 안정화하는 기능(Stabilizer)을 역으로 활용해 푸티지 자체가 움직이며 스크린 곳곳에 떠다니게 하여 카메라를 손에 쥐고 로켓을 따라가는 신체의 운동을 ‘무빙 이미지’로 포착하는 형식[3]으로 나타났고, <몸짓 지도>에서 이미지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유도원이 수집한 비디오 클립들은 최초에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촬영되고 공개되었지만, 보편적 사용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연결된 기술적 시스템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된다. 데이터를 열어보는 현재에서 누군가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 순간을 포착한 영상은 카메라 앞 피사체를 소환하기보다 스페이스X사의 기술력과 전 세계에 더 빠르고 일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4]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 지표로 기능한다. 유도원은 이 연쇄 속에서 계속해서 멀어지는 과거, 녹화버튼을 누른 그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지도를 만든다. <몸짓 지도>는 디지털 시각 경험을 통해 발생한 인지적 매핑을 공간적으로 구현한다. 그는 프레임 단위로 분절한 이미지를 시트지로 이어 붙이면서 영상의 사건을 고정하고 기록 당시 촬영자가 인지한 공간을 실제에 가깝게 포착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촬영자의 움직임, 몸의 궤적이 누적되는 것과 동시에 영상을 초 단위로 정지하고, 캡쳐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작가의 몸이 개입되면서 그의 지도는 다시 오차를 포함한다.

이렇게 확정적이지 않은 유도원의 지도는 완결되지 않은 채 계속 확장되고 재배열 될 수 있는 상태에 머물며, 세계를 시각적으로 포획하거나 질서를 구축하는 대신 이미지에 참여한 방대한 변수와 경로를 감각하게 한다. 르페브르는 공간에 관한 착오나 환상이 있다면, 이미지는 오히려 그것을 은닉하고 강화하며 이러한 시각적 논리로 구성된 공간은 그 세계를 채우고 있는 일상의 시간, 몸의 불투명한 두께와 온기, 삶과 죽음이라는 불순한 내용물로부터 순수한 형태를 분리시킨다고 주장했다.[5] 데이터와 매개하여 전체적이고 조직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 미디어는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몸을 불순물처럼 밀어내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 위치시킨다.

유도원은 정말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재현 사이 행방불명된 몸을 찾는다. 누군가 알게 모르게 남긴 디지털 발자국을 따라 만든 그의 지도는 몸이 단순히 공간을 사용하거나 통과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매체이자 이미지를 통해 길을 찾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세계를 있는 그대로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스쳐간 것, 관통한 것으로부터 다시 돌아오는 길을 그리는 유도원의 작업에서 우리는 갇혀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던 몸을 발견하고, 다른 몸을 끌어당기는 몸의 역량을 확인한다. 그 살아있는 몸을 둘러싼 지도는 전체라고 할 수 없는 길의 일부를 구획함으로써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 다발을 보여주며 고정된 세계에 수정할 여지를 남긴다.




[1]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양영란 옮김, 에코리브르, 2011, pp. 265-281.

[2] 유도원, 작가노트, 2023

[3] 권태현, 유도원 개인전 《Flat Flat Flat; 납작들》(2024.7.4.-8.10, OCI 미술관) 전시 서문 참고

[4] 스타링크(Starlink);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스페이스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사의 인공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다. 2015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존 위성 통신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 전역, 가장 외딴 곳까지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대한 저궤도 위성 사업이다.

[5]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양영란 옮김, 에코리브르, 2011, pp. 166-168